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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풀 닥풀, 말 그대로 닥나무로 만드는 한지를 뜰 때 풀로 쓰이는, 종이를 붙일 때 쓰는 풀 같은 닥풀이었던 것이다. 해바라기처럼 키가 큰 줄기에서 피는 흰 꽃은 주변까지 환하게 한다. 넓게 펼쳐진 꽃잎 안엔 꽃술이 또 꽃 같다. 꽃 속에 꽃 그림자가 드리고 그 그림자 위에 또 꽃이 핀 것 같은 모습이다. 흰 꽃술 끝에 별꽃이 핀 것 같은 모습. 그 모습을 올려다보면 먼 산은 푸르게 하늘은 더 높게 깊은 바다다. 꽃을 보면 세상이 아득해지는 기분이다. 주말농장 주변에 울타리처럼 심어져 있는 닥풀이 발바닥공원에서 솟대처럼 우뚝 서서 달덩이 같은 꽃을 피우곤 한다.   ‘얇은 종이를 뜰 때 이 닥풀을 사용하면 쉽게 얇고도 균일한 종이를 뜰 수 있다. 뿌리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황촉규근이라 하여 점활제(粘滑劑)로 ..
낭아초 낭아초를 처음 봤을 때 싸리 꽃인 줄 알았다. 꽃 색깔과 한 송이의 꽃, 줄기에 잎이 싸리 꽃과 많이 닮았다. 청심천을 오르는 계단 옆으로 낭아초가 있다. 낭아초 꽃이 줄기처럼 길게 자라면서 꽃이 핀다. 척박한 곳이라서 그런지 길가에서 봤던 낭아초 꽃보다는 청심천에서 피는 낭아초 꽃과 줄기에 잎이 잘다. 그늘진 산속을 걷다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곳에 낭아초가 있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는 꽃인 것이다. 꽃이 싸리 꽃과 비슷하다. 분홍색과 꽃 모양 때문인지. 싸리 꽃을 보면 낭아초를 낭아초를 보면 싸리 꽃이 떠오른다. 꽃도 절 보며 다른 꽃이 생각난다면 기분 나쁠까. 어디서 봤더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그런 꽃이 낭아초다.
피마자 엄마가 봉숭아 꽃물을 들여 주실 때 그 무렵엔 피마자를 아주까리라고 불렀다. 아주까리 잎을 따던 그때는. 봉숭아꽃을 따서 댓돌 위에 놓고 엄마는 넓적한 아주까리 잎을 열손가락을 따 싸맬 만큼 따오셨다. 윗 모퉁이에 있던 우리 집엔 키 작은 대추나무 옆에 피마자가 있었다. 미루나무 그늘 밑에서도 잘 자랐다. 낭떠러지에 있던 피마자 잎을 해지기 전에 따서 차곡차곡 쌓아두시고는 봉숭아꽃에 백반을 넣어 빻으셨다. 질척해진 봉숭아꽃을 손톱위에 올리고는 넓적한 피마자 잎으로 감싸고 무명실로 묶어주시고는 했었다. 우리 집에선 피마자 잎을 말려두었다가 보름날 들기름에 볶아 먹었다. 오곡밥에 고사리와 함께 밥상에 올랐다. 피마자 씨를 생각하면 메추리알이 떠오른다. 반질반질한 검정색에 희끗희끗했던 피마자 씨 때문일 것이다.
과꽃 과꽃을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마음속에서 저절로 불리는 노래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폈다. 피고 있다. 빨강, 진분홍, 보라색 과꽃은 늦여름에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피기 시작한다. 꽃 색깔이 분명해서 예쁜 꽃이다. 노래가 있는 걸 보면 과꽃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받는 꽃이다. 아주 오래전. 담장이 없던 우리 집 앞에는 윗 모퉁이로 올라가는 길 옆 거름자리 옆에 꽃밭이 있었다. 꽃밭 제일 낮은 곳, 제일 앞자리에 채송화 꽃이 피기 시작하고 봉숭아꽃이 피고 씨방이 맺히기 시작하면. 과꽃이 꽃밭을 꽉 채웠다. 하늘하늘한 진분홍 꽃이 참 예쁘게 폈다. 색깔이 환하다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꽃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과꽃이 꺾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꾼 꽃이라 그랬던지 많이 속상했던 기억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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