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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불초 연산군묘 아래에 자리 잡은 원당정에 핀 금불초를 처음 보고는 철 모르고 핀 들국화 인줄 알았다. 들국화보다는 꽃이 조금 크고 꽃대가 꼿꼿하다. 금불초는 여러해살이풀로 여름에 피는 국화라해서 하국 또는 유월국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노란 들국화가 유월에 핀 것으로 착각할만 했던 것이다. 어린순과 부드러운 잎은 나물로 먹는다고. 내가 다시 본 금불초는 관상용이었다. 우체국 화단에서 꼿꼿하게 햇빛을 머금고 찬란하게 피고 있었다. 금불초는 가을에 피는 들국화보다는 귀한 꽃이다. 예쁘게 찍은 사진이 없어 다시 찍어보려고 몇 해를 주변을 살피고 다녔는데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꽃이었다. 금불초의 꽃말을 검색해보니 ‘비련’, ‘상큼함’이라고 한다. 꽃을 볼때면 우울했던 마음까지 환해지는 것을 보면 ‘상큼함’이란 꽃말이..
오갈피나무 엄마는 장독대 화분에 있던 오갈피나무를 오가피나무라고 부르신다. 오가피는 생약명으로 오갈피나무의 뿌리와 줄기의 껍질을 이르는 말이었다. 화분에서 까맣게 익은 오갈피나무 열매를 보고는 꽃은 한참 지나서야 봤다. 그 열매에 그 꽃이라는 것을 조각 맞추기를 하듯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엄마의 화분에 오갈피나무는 새순을 먹기 위해 고추 모를 심듯 심으셨을 것이다. 고추 꽃이 피고 파란 고추가 열리면 그 고추를 따서 밥상에 올리듯 새순을 따서 나물로 드셨다. 오갈피 꽃의 꽃말은 ‘만능’. 제 꽃말처럼 주로 순환계, 신경계, 운동계 질환을 다스린다. 오가피를 끓여 차로 이용하기도 하고 열매로는 즙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특히 중풍을 예방하고 핏속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몸이 찬 사람이라면 젊은이들이 ..
측백나무 측백나무잎은 평면이다.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가지가 수직으로 자라고 잎이 옆을 향해 나서 측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지런하게 쌓아놓은 잎을 본 건 성지주일 미사시간이다. 납작한 측백나무잎이 성당 문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성지 가지로 쓰였던 잎이 측백나무잎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면 축성 받은 측백나무를 집에 가져와 안방에 걸려있던 십자고상에 푸른 잎을 꽂아 놓았다가 누렇게 말라 부서질 것 같은 측백나무를 재의 수요일에 태웠다. 그렇게 미사시간에만 봤던 성스러운 측백나무가 요즘은 아파트단지에서 종종 눈에 띈다. 꽃이 필 것 같지 않은 푸르기만 한 측백나무에도 꽃이 피고 있었다. 암꽃, 수꽃이 다르다. 푸른 잎과는 다르게 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다. 파랗게 맺혀 있던..
백합 화단에 백합 꽃이 하얗게 폈다. 단지 주변이 백합 향기로 꽉 차 있다. 넓은 공간을 꽉 채우는 진한 백합 향기는 참 오랜만이다. 시골집, 우리 집을 오르기 전 그 댁 안마당엔 백합 꽃이 반들반들한 황토가 깔린 마당 한 켠을 하얗게 꽉 채우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 꽃집에서 본 백합과는 달랐다. 야생화처럼 야무지게 핀 백합 꽃 향기가 비탈길까지 따라 올라 왔다. 미사 시간에 제대에 꽂혀 있던 백합은 그 진한 향기 때문인지 방안에 꽂아 놓았던 적은 없었다. 꽃을 꽃병에 꽂은 적이 없으니 꽃은 핀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당연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당 한 켠에 꽃이 있거나 울타리처럼 오가는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있었다. 그렇게 백합꽃도 그댁 마당에 펴 있는 것을 오며 가며 우리 집 꽃인 듯 보고는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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