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수련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원당정에 동전처럼 동동 뜬 잎은 수련이다. 수련이 연못을 빈틈없이 채우기 시작하면 아직은 쌀쌀한 초봄이다. 어느새 봄 같지 않은 따뜻한 햇살이다. 꽃봉오리는 언제 맺혔을까. 원당정에 수련 꽃이 피기 시작했다. 칙칙하기만 했던 연못이 화사하다. 수련 꽃은 꿀로 벌을 불러 모으고 향기로 오가던 사람발길을 붙잡을 것이다. 가물었던 걸까. 어느 해는 수련 꽃에 벌보다 진딧물이 더 많았었다. 가물면 가뭄을 견뎌내고 비가 오면 비를 견뎌내는 모습이 애처롭다. 날이 좋을 때는 비행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연못에 벌들로 꽉 찬다. 야무진 꽃술에 꽁지만 내민 벌들을 보며 향기만큼이나 꿀도 달콤하구나한다. 땅싸리꽃 북한산둘레길에 땅싸리꽃이 폈다. 새삼스럽게 더듬어본다. 세상이 온통 연초록인 이 봄에 피는 꽃이었나 싶은 것이다. 학교 갈 때면 산길에서 분홍색 꽃이 눈길을 잡아채고는 했다. 땅싸리꽃이 피어 있는 산길을 걸어 다닐 때면 땀으로 흥건했었다. 그 때문인지. 내 기억 속에 땅싸리꽃은 한여름에 폈던 꽃이다. 땅싸리꽃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사람만 켜켜이 세월을 얹었다. 자주달개비 5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자주달개비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난초 같은 잎 사이에서 동글동글 맺힌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손끝이, 풀잎이 스치기라도 하면 꽃잎이 쓸러 찢어질 것 같다. 삼각형 모양의 자주색 꽃잎 세장이 돗자리를 펼쳐 놓은 듯하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솜털 같은 꽃술에 점점이 앉은 노란 꽃가루. 온몸에 꽃가루 범벅이 된 벌들이 자주달개비 꽃을 오가며 분주하다. 꿀을 따는 모습이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다. 비가 내린다. 다행이다. 자주달개비가 빗속에서도 찢기지 않았다. 자주달개비는 맑으면 맑은 데로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나름 참 곱다. 초롱꽃 초롱꽃 사진을 보면서 꿀벌이 있어 새삼 놀랐다. 초롱꽃에 향기가 있나? 향기에 대한 기억은 없다. 꽃이 깊어 꿀벌이 꿀을 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초롱꽃은 흰색은 문풍지에 창호지를 떠오르게 하고 초롱꽃 자주색은 창호지에 꽃물을 들여놓은 것 같다. 어두운 밤길 초롱꽃을 들고 걷는다면 초롱을 든 듯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은 몽환적이지 않을까 싶다. 가는 꽃대에 늘어진 꽃이 흑백 사진 속에 풍경 같다. 5월 중순부터 종이 공 같은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초롱을 달아놓은 듯 피기 시작하다. 꽃대에 말라붙듯 지는 모습도 꽃잎이 떨어지는 것보다 애처롭지 않아 좋다. 은은한 달빛 같은 초롱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겸손해서 예쁘다. 이전 1 ··· 79 80 81 82 83 84 85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