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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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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칸시스 울타리에 파라칸시스 열매가 꽃보다 더 눈에 띈다. 빨갛고 고운 열매는 그냥 맺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얀 꽃이 폈다. 울타리 주변이 꽃향기로 가득하다. 벌과 나비를 부르는 향기와는 다르다. 그 때문인지. 파리보다는 날렵하게 보이는 날벌레가 꽃 위에 앉았다.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꼭 제 열매를 닮은 축소판이다.
빨간 인동초 어느 댁 담장에 빨간 인동초가 새부리처럼 꽃망울이 맺히더니 먹이를 낚아채듯 꽃이 피기 시작한다. 벌어진 입속에 혀가 노랗다. 넝쿨을 뻗어가며 핀다. 담장에 늘어지며 피는 꽃이 날고 있는 새 같다. 어느 곳에서나 피는 하얀 인동초 보다는 자생력이 떨어지는지 귀하다. 산책을 하며 만났던 꽃이 궁금해지면 한 번씩 발길을 돌려 찾아간다. 빨간 인동초는 아직 열매를 찍지 못했다. 꽃이 지면서 잊고 만 것이다.
산딸기 논두렁 밭두렁, 산길 들길 어디에나 산딸기가 참 많았다. 실컷 먹고 양은 도시락에 가득 따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산딸기를 따 먹다 팔 다리는 가시에 긁힌 상처로 울긋불긋 했다. 아물 새 없이 덧대어 뜯긴 상처엔 늘 피가 맺혀 있었다. 학교를 오가던 산길엔 간식을 사먹을 데라곤 없었는데 산딸기는 문방구에서 사던 알사탕보다 라면땅보다 맛있었다.
매발톱꽃 매가 하늘에서 내려오며 먹이를 낚아채려는 매발톱 같다. 볼 때마다 매가 떠오른 건 이름 때문일 것이다. 이름값이다. 매발톱꽃 색깔은 참 다양하다. 무지개를 닮고 싶었던 걸까. 꽃은 강인한 듯싶다가도 여리고. 여린 듯싶다 가도 강하다. 그 때문인지 사람 손이 가꾼 화단에 참 환하게도 펴 있다. 병아리라도 낚아채려는 것일까. 숙인 꽃송이가 꼭 매발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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