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빨간 아카시아 꽃 빨간 아카시아 꽃이 폈다. 그곳이 아늑하고 양지바른 곳이어서 그런건지. 늘 보던 하얀 아카시아 꽃보다 빨리 핀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커다란 아카시아나무를 올려다보며 잎을 살피고 꽃을 살피며 확인했다. 굳이 찾으려고 애써서인지 오래된 나무 특유의 울퉁불퉁함이 다르긴 하다. 꽃 분홍에 가까운 그 고운 빛이 매해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게 하곤 한다. 쉬는 날마다 혹시나 폈을까 살펴보고 졌으면 어쩌나 하는 궁금증이 인다. 나무가 높아서인지 맡을 수 없는 향기를 얼굴을 묻은 벌을 보며 느낀다. 불두화 당연히 수국인 줄 알았다. 불두화란 이름은 불교에서 붙여준 이름쯤. 혹시나 하고 확인해본 수국은 내가 알던 꽃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집주변에서 뭉쳐놓은 눈처럼 피던 꽃은 불두화였던 것이다. 잘못된 기억들을 바로잡으려고 마음속으로 불두화, 그 이름을 불러본다. ‘불두화, 불두화.’ 부처님 머리모양을 닮았다는 불두화는 그 때문인지. 부처님이 오신 날을 기다리며 아기 주먹만 하던 꽃이 어른 주먹만 해졌다. 땅으로 흘러내릴 듯, 가지가 축축 휠 듯 피고 있는 꽃이 환하고 탐스럽다. 찔레나무 꽃 장미를 찔레나무에 접을 붙인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아파트 담장에 장미꽃 대신 하얀 찔레꽃이 피는 걸 보며 접붙인 장미는 죽고 찔레 본가지만 살아 꽃을 피우는구나한다. 찔레꽃이 피기 시작하면 잘 익은 술 냄새가 나는 듯도 싶다. 그 향기에 취해 벌들이 그렇게 꽃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찔레꽃이 한창 필 때는 온 세상 벌들이 다 날아든 기분이다. 벌이 쏜 화살이 깊이 박혀 눈 속에서도 열매는 붉디붉은지도. 족제비싸리 향나무로 담장을 두른 것 같은 우리 집 울타리엔 꼿꼿하게 자란 크고 야무진 족제비싸리가 참 많았었다. 사남매가 잘못을 하는 날엔 단체기합을 받듯 서 있다가 반성하는 의미로 맞아야 할 만큼 회초리를 꺾어 와야 했다. 회초리가 부러질 때까지 맞았는데 그때 꺽은 나무가 족제비싸리였다. 아무리 골라 봐도 부러질 것 같지 않았던 그 나무가 참 야속했었다. 이전 1 ··· 84 85 86 87 88 89 90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