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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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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영 꽃 이름처럼 파란 잎을 먹으면 시큼하다. “시어, 시어”하던 입말이 시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크로바 같은 잎에 노란 꽃이 예쁘다. 꽃다발을 엮어놓은 것 같은 잎 사이에서 긴 꽃줄기를 올려 피는 새끼 손톱만한 꽃이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다. 푸른 잎 사이에 노란 꽃들. 작은 꽃 어디에 꿀이 있는 것인지. 꿀벌들이 날아든다. 시영은 꽃에 대한 기억보다는 잎에 대한 기억이 더 많다. 엄마는 봉숭아 꽃물을 들일 때면 봉숭아 빨간 꽃잎과 함께 시영 잎을 따서 넣고 콩콩 찧어 꽃물을 들여 주시고는 했었다. 백반이 없어서 그랬는지. 한동안 봉숭아 꽃잎과 함께 빻아 손톱 위에 올리고는 꽃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피마자 잎으로 싸맸었다. 손가락에 김칫국물처럼 물들었던 꽃물이 손톱에는 김칫물에 잠깐 넣었다 뺀 것 같아 실망을 ..
고수 골목길, 어느 댁 담장 옆 화분에 작은 나비가 날아든 듯 피는 꽃이 있어 관심을 갖고 보니 베트남 쌀국수에 넣어먹는다는 고수였다. 베트남 쌀국수에 넣어 먹는 고수가 이 고수, 이런 꽃을 피우는 것이다.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면서 고수를 넣어 먹어 본 적은 없다. 호불호가 가린다는 향기에 지레 고수를 넣지 않았던 것이다. 고수의 푸른 잎에서는 사람이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모양이다. 고수에서 핀 꽃향기는 배추흰나비가 좋아하는 향기다. 고수 꽃이 피기 시작하면 주말농장에 있던 나비들은 다 모여든다. 고수 꽃을 찍은 사진 대부분에 나비가 있다. 주말농장에 고수 꽃이 꽃밭에 앉아있는 것처럼 피는 걸 보면 향신료로 괜찮은 것이다. 언제든 베트남 쌀국수를 먹게 되면 고수를 넣고 먹어봐야겠다. 배추흰나비가 좋아하는 그 ..
비올라 이름 때문인지 ‘비올라’ 꽃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다. 바이올린 소리 같은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비올라 꽃은 팬지꽃 반만 한 크기에 융단 같은 팬지꽃잎과는 달리 얇으면서 매끈하다. 잎과 붙은 듯 피는 팬지꽃과는 달리 꽃줄기가 길다. 팬지꽃은 중학교 때 학교 비닐하우스에 검은 포트에서 재배하던 꽃이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팬지꽃과는 달리 비올라는 몇 년 전부터 눈에 띈다. 요즘은 팬지꽃보다 비올라가 더 많이 눈에 띈다. 키다리처럼 껑충하게 줄기에서 핀 비올라는 귀엽다. 눈이 큰 아이가 빤히 보고 있는 모습이다. 사랑스러운 꽃이 색깔도 다양하다. 색색의 비올라가 피어있는 화단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주차금지용 화분도 출입구에서 반기는 꽃도 대부분 비올라다. 꽃말이 궁..
이끼꽃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가 겨울에 파란 이끼가 신기해 찍기 시작했다. 파란 이끼가 예뻐 찍기 시작했는데 사진 속에 있는 이끼에 가는 실 같은 것이 삐쭉삐죽 서있었다. 누구보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나란히 모여 이끼 꽃이 폈다. 꽃이 없는 겨울 얼마나 신기하던지. 그 이끼꽃은 나무 그늘 밑 담장이나 그늘진 나무에 붙어있던 이끼에서 핀다. 서늘하고 눅눅한 곳에서 여름에서부터 겨울까지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밝은 곳도 아주 어두운 곳도 아닌 바람이 적당히 드나드는 곳에서 이끼가 잘 자란다. 꽃이 필 때는 파랗던 이끼가 떡잎 지듯 누래 지면서 실같은 모습으로 콩나물 자라듯 똑 고르게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거리를 두고 피어있는 꽃에 빛을 들면 반짝반짝한다. 며칠 전 북한산 둘레길에 있는 몸통이 제법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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