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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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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냉이는 얼음이 막 녹기 시작할 무렵 양지바른 곳에 앉아 호미로 캤었다. 흰 뿌리가 실했던 붉은 냉이는 제법 야무졌는데 삶아 나물을 무치기도 하고 장독대에 있던 된장으로 국을 끓여 썼다. 아이들 손을 피한 냉이는 하얗게 피어나고.
할미꽃 학교를 가면서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고 산길을 걷다보면 무덤 떼잔디 위에 있었다. 빈틈이라곤 없을 것 같은 곳에 털북숭이 어느새 넓게 자란 잎 사이에 올라온 꽃대. 푹 숙인 꽃잎 안에 노란 꽃술이 참 예쁘다. 수줍음은 오간데 없고 바람만 불어라 한다.
뱀딸기 이름 때문일까. 뱀 딸기가 있는 곳은 왠지 음산했다. 양지바른 것도 그렇다고 아주 그늘도 아닌 너른 곳에 있다. 뱀 딸기는 붉다 못해 환한데 발 들여 놓기가 꺼림직 했다. 줄기로 무성한 밭에 꽃뱀이라도 스르륵 지나갈 것 같아서다. 먹음직스러운 딸기는 싱거울 정도로 밍밍하고 별맛이 없다. 벌레는 먹을 만한지 듬성듬성 파먹은 자리가 얼금얼금 곰보다. 별맛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는 것은 부질없는 욕망 때문이다.
구기자 리어커도 경운기도 올라가기 힘들다는 가파른 언던 위 우리 집을 오르는 길엔 앙상한 가지에 못난이 구기자가 있었다. 맑고 투명한 열매가 먹음직스러웠던 건지 한 알을 따서 입에 넣고는 실망을 했었다. 먹잘 것도 없는 것이 떫고 시금털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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