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19) 썸네일형 리스트형 개나리 가지를 뚝뚝 잘라 꺾꽂이로 울타리에 심었던 꽃이었다. 들이나 산에서 보던 야생화와는 달리 사람이 심었던 꽃. 그런 꽃을 처음 본 것은 개나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울타리에 늘어진 가지마다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이다. 타향살이 하다 개나리꽃만 피면 향수병이 도진다고 했었다. 온 동네가 샛노랗던 그 봄, 그 고향이 몹시 그리울 만하다. 냉이꽃 냉이는 얼음이 막 녹기 시작할 무렵 양지바른 곳에 앉아 호미로 캤었다. 흰 뿌리가 실했던 붉은 냉이는 제법 야무졌는데 삶아 나물을 무치기도 하고 장독대에 있던 된장으로 국을 끓여 썼다. 아이들 손을 피한 냉이는 하얗게 피어나고. 할미꽃 학교를 가면서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고 산길을 걷다보면 무덤 떼잔디 위에 있었다. 빈틈이라곤 없을 것 같은 곳에 털북숭이 어느새 넓게 자란 잎 사이에 올라온 꽃대. 푹 숙인 꽃잎 안에 노란 꽃술이 참 예쁘다. 수줍음은 오간데 없고 바람만 불어라 한다. 뱀딸기 이름 때문일까. 뱀 딸기가 있는 곳은 왠지 음산했다. 양지바른 것도 그렇다고 아주 그늘도 아닌 너른 곳에 있다. 뱀 딸기는 붉다 못해 환한데 발 들여 놓기가 꺼림직 했다. 줄기로 무성한 밭에 꽃뱀이라도 스르륵 지나갈 것 같아서다. 먹음직스러운 딸기는 싱거울 정도로 밍밍하고 별맛이 없다. 벌레는 먹을 만한지 듬성듬성 파먹은 자리가 얼금얼금 곰보다. 별맛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는 것은 부질없는 욕망 때문이다. 이전 1 ··· 100 101 102 103 104 1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