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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는 다 같은 씀바귀인 것 같지만 씀바귀 꽃 색깔을 보면 참 다양하다. 모양도 색깔도 같은 것 같지만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논두렁에 노랗게 폈던 꽃은 씀바귀 꽃이었다. 얼음이 풀리다 얼며 콩나물시루에 콩나물처럼 자라 땅이 들뜨기 시작하면 씀바귀를 캤다.
호미로 논두렁이 무너질 정도로 씀바귀를 캐고 나면 남아있을 것 같지 않은 논두렁에서 씀바귀 꽃이 노랗게 아지랑이처럼 출렁거렸다.
씀바귀 꽃은 논두렁 밭두렁 산길 들길 가릴 것 없이 핀다. 희뿌옇게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씀바귀는 복숭아밭에 많았다. 풀을 뽑아낸 자리에 납작 엎드려 뿌리를 내리고는 복숭아나무 밑이 환하게 씀바귀가 꽃을 피웠다.
어느 날 풀이 자랄 새 없이 은행나무 밑에 풀을 뽑아서 삭막하다 싶었는데 얼마 뒤 은행나무 밑이 노란 씀바귀 꽃으로 환해졌다.
은행나무 잎 사이로 파고든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던 씀바귀 꽃은 사람이 만든 꽃밭보다 예뻤다. 자연스러워서 더 예쁜, 그랬다.
씀바귀 꽃은 드문드문 피는 꽃보다 모여 있으면 더 예쁘다. 너무 여린 꽃대로 꺾을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꽃이다.
이른 봄 실한 뿌리를 먹거리로 내주고는 남은 잔뿌리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텅 비운 몸을 바람에 맡기는 그 모습은 여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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