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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수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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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하면 지금도 옛날 수세미가 떠오른다. 뻣뻣한 실로 뜨개질이 서툰 아이가 짜 놓은 것 같은 그 수세미는 밥솥에 밥알까지 파고들었다.

 

마당에 있던 측백나무를 타고 올라가 달같이 환한 꽃이 폈다지고 나면 팔뚝만한 수세미가 열리곤 했다. 측백나무가지에 늘어져 있던 수세미.

 

마당에 있던 측백나무는 수세미 덩굴에 파묻혀 잎이 보이지를 않았었다. 수세미 꽃은 참외 꽃보다는 훨씬 크고 호박꽃보다는 아주 많이 작다.

 

참외꽃 호박꽃처럼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요즘은 수세미를 약용으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주말농장에 호박보다 많다.

 

세워둔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기도 하고 주말농장 울타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고 있는 덩굴에선 노란 수세미 꽃이 쉴 새 없이 폈다진다.

 

어느 댁 담장에는 팔뚝만한 수세미가 마디호박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수세미 덩굴로 비좁던 골목길이 더 정겹게 느껴지던 곳이다.

 

길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알몸이 드러난 수세미가 고추를 널어놓은 것처럼 놓여 있었다. 그 댁에선 천연수세미를 여전히 쓰고 계신지도.

 

골목길에서 이젠 사라진 풍경을 종종 만나곤 한다. 잊은 줄 알았는데 잊히지 않고 마음에 간직한, 오래전 안방 벽장을 살피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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