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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어느 댁 담장에서 피는 흰 꽃이 예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팥배나무 꽃보다 조금 더 큰 꽃이 향기는 밋밋하다.
단풍잎처럼 갈라진 나뭇잎이 단풍잎보다 더 도톰하고 반질반질하다. 마당이 비좁게 자리 잡은 그 댁에 산사나무는 고목이다.
대문 앞에서 서성대며 사진을 찍을 때면 그 댁 앞마당에 있던 개가 찢어대곤 했는데 이젠 발걸음도 익숙한지 한참 머물러도 조용하다.
어느 날, 마당에 사람 그림자가 반가워 대문을 두드렸다. 그때는 몰랐던 나무이름이 궁금해서였다. 주인어른도 모르신다던 그 나무.
약용으로 쓴다더라는 그 나무 이름은 산사나무였다. 9월 중순부터 열매가 빨갛게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사람 관심을 끄는 나무.
사진을 찍고 있으면 오가는 분들이 꽃사과 같다고도 하시고 대추인가하며 지나가신다. 나무이름을 물어보시는 분은 없다.
묻지도 않는 말에 대답할 용기는 없어 속으로만 ‘산사나문데’ 하며 읊조린다. 산사나무는 눈이 쌓인 것처럼 꽃이 핀다.
무성한 잎에 흰 꽃이 쌓인 듯해 뭘까 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먼 곳에서 보면 희끄무레 북한산 인수봉 같다.
이 댁 앞마당에서 보이는 북한산 인수봉을 닮아있다. 산사나무는 꽃보다 열매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가 사랑스럽다.
꽃이 지고 열매가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다. 크기와 함께 점점 붉어지는 열매. 잎이 축 늘지는 모습을 보며 늦가을까지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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