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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작살나무 좀작살나무는 축축 늘어지는 가지 때문에 붙은 이름은 아닐까싶다. 쭉쭉 뻗은 가지를 따라 잎이 모여서 난 자리에 보라색 꽃이 핀다. 좀작살나무는 길게 자란 꽃술을 모아 꽃잎으로 동여맨 것 같은 모습이다. 긴 가지에는 연보라색 꽃이 진 자리에 진보라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연보라색 꽃보다 열매가 더 눈에 띄어 좀작살나무 열매를 더 많이 찍었다. 좀작살나무 열매를 따서 구슬처럼 꿰면 얼마나 예쁠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좀작살나무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초록색 잎과 보라색 꽃과 열매로 우아하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 듦의 새로운 태도. 소설가이자 철학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지은이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나이가 들었다고 꼭 그 나이인 건 아니라고 말한다. 다채로운 삶은 추구하려면 서로 모순되는 두 명령을 따라야 한다. 팔자에 만족하라. 그러나 세상의 소음에, 기이한 것들의 작은 음악에 언제나 깨어 있으라. 지금의 경이에 푹 빠져 살되 바깥의 감탄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속의 행복과 유예의 행복, 집중의 행복과 확장의 행복, 평온과 도취, 익숙함과 도피 같은 명암의 대비만이 황홀한 노년을 불러올 수 있다. 현실과의 화해가 아니라 자기 역량과의 화해, 원하는 것을 전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능 환상이다. 그보..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는 옛날, 마을 한가운데 있던 정자나무나 성황당나무 같다. 큰 나무에 무성한 잎이 축축 늘어진 모습과 열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6월부터 피는 모감주나무 꽃은 막대기에 금가루를 붙여 놓은 것 같다. 아주 긴 막대자석에 붙은 쇳가루 같은 노란 꽃으로 검푸른 나무가 환해진다. 막대자석이 자력을 잃기 시작하면 모감주나무 밑에는 노란 꽃잎으로 빈틈이 없다. 노란 꽃이 지고 나면 연두색종이를 접어 걸어놓은 것 같은 공이 바람에 흔들댄다.
박주가리 한 여름, 박주가리 꽃이 뿌옇게 피고 있다. 흰머리 같은 꽃이다. 가늘고 힘없는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열매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아이 주먹만 하게 커지던 열매. 먹는 것일까 하고 커가는 걸 지켜보다가 터진 열매를 보게 되었는데. 터진 껍질 사이로 바람에 날아가는 씨를 보며 흰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박주가리 꽃은 길가, 산길, 개울가에서 휀스를 타고 오르며 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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