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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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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풀 파리풀 북한산 둘레길 초입 나무 그늘 밑에서 반짝반짝 피는 꽃이 파리풀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늘 밑에 잘못 터를 잡은 타래난초가 힘없이 폈나 했었다. 파리풀이란 걸 알고는 꽃잎이 파리를 닮았구나 했었는데 에프킬라처럼 파리를 잡는데 썼다고 한다. 밥에 비벼 놓거나 종이에 발라 파리를 잡았다고. 그러고보니 늘 그랬던 옛날 우리 집이 떠올랐다. 파리 모기가 들끓던 여름이면 내가 싫어했던 우리 집 풍경 중에 하나가 그때는 집집마다 그랬던 것 같다.  방치된 듯 놓여 있던 사기그릇 흰 쌀밥 위에 새까맣게 앉아있던 파리와 천장에 줄줄이 늘어져 있던 누렇게 바랜 종이었다. 장은 멀고 산이 가까웠던 우리 집 뒷산에는 지천이었을 파리풀을 뜯어 봉숭아를 빻듯 빻아 밥에 비벼 파리를 잡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둥근잎돼지풀 둥근잎돼지풀 우이천에서 본 둥근잎돼지풀이다. 꽃은 비슷하지만 단풍잎돼지풀과 달리 잎이 느티나무잎처럼 생겼다. 꽃을 자세히 보려고 꽃줄기를 당기니 꽃가루가 송아 가루 같다. 노란 꽃가루가 검정색 면티가 뽀얗게 내려 앉았다. 피부에 닿은 곳이 한참 가려웠다. 해바라기만큼 커서 다행이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떨어지는 꽃가루가 몸에 좋을 리가 없다. 환절기면 앓는 비염에 둥근잎돼지풀도 한몫하지 않을까. 눈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묵직하게 쏟아지듯 날리는 꽃가루에 놀라 이젠 둥근잎돼지풀은 건드리지 않는다. 우이천 중랑천에는 제초작업으로 둥근잎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이 없어졌다. 북한산 둘레길 주말농장 옆에 몇 포기 남아 있었다. 씨방이 맺혀 영글어가는 모습이 들깨 씨방을 많이 닮았다.
회화나무 회화나무 아카시아 향기보다는 엷은 단내에 가을 벌초할 때 나는 풀냄새가 보태졌다. 회화나무 꽃이 아카시아꽃처럼 바닥에 떨어져 말라가던 그때 그 꽃냄새가 보태져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봉동 그 길에는 비에 젖은 회화나무 꽃잎으로 미끄러질 정도였다. 도봉동에는 회화나무가 아파트 단지 안에도 이 단지와 저 단지 사이에도 골목길에도 참 많다. 도봉산에서 쫒겨난 귀신들이 산 아래 도봉동으로 피신이라도 한듯 그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회화나무를 잔뜩 심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회화나무가 옛날에 그 아카시아나무 만큼이나 많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졌던 초록빛이 감도는 하얀 회화나무 꽃은 부적을 만드는 괴황지 재료라고 한다. 회화나무는 또 학문과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 많은 사찰과 학문하는 장소..
보그 세이지 보그 세이지 보그 세이지는 꽃 색깔이 예뻐 꽃이 피기 시작하면 눈에 띈다. 가을하늘을 닮은 색깔로 마음이 편해지는 꽃이다. 달개비꽃이 도톰한 파랑 색깔이라면 보그 세이지는 가볍고 맑은 파랑 색깔이다. 브라질 남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 보그 세이지는 꽃말이 ‘가정의 덕’이다. 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덕이 생길 것 같은 모습때문에 갖게 된 꽃말일 것이다.  익모초처럼 골이 팬 굵은 줄기에 층층이 돌려가며 파란 꽃이 핀다. 구불구불하게  늘어지듯 꽃대를 올리며 피는 꽃줄기가 내 키보다 크다. 바닥에 푸른 꽃이 즐비한 걸 보면 아카시아 꽃처럼 잎이 떨어지면서 진다. 주말마다 가는 주말농장에서 보그 세이지 꽃을 볼 수 있다. 7월에서 9월까지 피고 습지를 좋아하는 보그 세이지는 실내에서도 키울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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