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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농사였을까. 아주 오래 전 어느 해에 우리 아버지는 씨 참외를 심으신 적이 있었다.
참외를 따서 그대로 상자에 담아 파는 대신 종묘사에 참외 씨를 파는 것이라고 하셨다.
밭 전체를 덮으면서 달리는 참외 넝쿨을 고랑마다 지지대를 만들어 오이넝쿨을 올리듯 올렸다.
참외 꽃이 노랗게 피기 시작하면 벌과 나비대신 수꽃을 따서 암꽃에 꽃술을 발라 접을 붙였다.
꽃이 필 새 없이 나비와 벌이 날아다니듯 사람이 수꽃을 따서 들고 밭고랑에 암꽃을 찾아다녔다.
애호박만한 씨 참외가 노랗게 익기 시작하면 아기 주먹만 한 참외를 따먹었는데 꿀참외가 따로 없었다.
보통 참외보다 큰 노랗게 익은 참외를 따서 반을 갈라 발라낸 씨를 개울물에 씻어 말렸는데 야무지고 옹골찼다.
씨를 발라내고 남은 참외 단내로 동네 파리가 다 모여들었는데 사람이 먹고도 남아 거름자리에 산처럼 쌓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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