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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던 빈 화단에 뾰족뾰족하게 올라오는 새싹은 비비추다.
비비추 싹은 불그스름한데 얼음이 덜 풀린 화단에서 반짝반짝한다.
비비추 싹이 나풀나풀 잎이 넓어지기 시작하면 춘곤증과 함께 봄이다.
비비추가 꽃대를 올리고, 긴 꽃대에 꽃망울이 맺히면서 초여름이다.
꽃대에 맨 아래 꽃이 폈다 지고 꽃대가 자라면서 보라색 꽃이 피기 시작한다.
늦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는데 꽃대가 자라면서 꽃이 피기 때문일 것이다.
맨 위 꽃까지 폈다 지고나면 가을이다. 후줄근한 꽃이 진 자리엔 씨방이 맺힌다.
꽃은 꽃대에 붙어 말라가며 진다. 그 때문인지 씨방은 꽃잎이 날아가는 것 같은 모습이다.
비비추 꽃이 꽉 찼던 화단은 비비추 꽃이 지면서 겨울이 시작되고 황량하게 텅 비게 된다.
비비추 꽃은 매미가 허물을 벗어놓기도 하고 개미가 쉴 새 없이 오가며 벌들로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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