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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처럼 콧수염을 붙이고 싶었던 걸까. 여린 티가 가시기 시작한 강아지풀을 쑥 뽑아 반으로 갈랐다. 절반으로 나눈 강아지풀을 벌려 입가에 갈라 붙이고 놀았었다. 찰리 채플린이라도 된 듯 으쓱대며 강아지풀만 보면 뽑고는 했다. 속눈썹 같은 강아지풀 사이로 통과하는 빛으로 사진이 신비롭다. 보도블럭 사이, 깨진 아스팔트 틈새, 조금이라도 흙만 있으면 있다. 사계절, 빛만 있으면 아침, 저녁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강아지풀이다.
참나리 참나리보다 내겐 호랑나리가 더 그럴듯한 이름이다. 주황색 꽃잎에 검은 점 때문에 난 호랑이를 연상한다. 아주 오래전에 안면도를 갔었다. 바위산에 참나리. 산을 붉게 덮은 그 참나리는 호랑이 같았다고 할까. 호랑이가 달리면서 바위산을 오른다면 그럴 것이다. 길을 오가면서 보는 참나리는 화단과 화분에 있다. 줄기와 잎 틈에 검은콩 같은 것이 맺혔다면 참나리다.
무궁화 씨방이 남아있던 가지에서 새순이 돋기 시작하면 봄이다. 연두색 싹이 초록색으로 가지가 버겁게 우거지면 꽃망울이 맺힌다. 구슬 같은 꽃망울은 무심코 지나칠 때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여느 꽃들이 그러하듯 꽃이 활짝 피면서 무궁화가 그곳에 있는 줄 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노랫말처럼 피고 지도 또 피어 무궁화라네. 그렇다. 세상이 온통 초록,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무궁화가 핀다. 무궁화 꽃잎 위에 제일 많이 오가는 것은 개미들이지 싶다. 분주하게 오가는 것을 보며 진딧물이 끼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꽃술에 벌들은 눈 위에서 뒹굴고 노는 아이들 같은 모습이다. 하얀 꽃가루 범벅이 된 벌들은 꽃술에서 떠날 것 같지가 않다.
가지꽃 7월이 되면 밥상에 가지가 오르기 시작한다. 가지를 쪄서 나물을 무치거나 냉채를 만든다. 무더운 날은 얼음이 뜬 가지냉채가 시원했다. 보라색 가지 꽃은 화초 꽃처럼 예쁘고 선명하다. 꽃이 폈다지면 반질반질한 가지가 달려 있다. 꽃이 폈다지면 반질반질한 가지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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