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갈대 개울에 무성한 풀이 갈대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알았다. 갈대의 순정에 그 갈대가 우리 고향에 그렇게 많았는데. 우이천은 우이동에서부터 시작한다. 위쪽으로 갈수록 물 흐르는 곳에 그 물이 안 보일 정도로 갈대가 풀밭처럼 우거져 있다. 소꼴처럼 여리던 잎이 마디가 생기며 우이천을 꽉 채우고 있던 갈대는 장마가 지기 시작하면 그 장마 비에 쓸려 곤욕을 치르고는 한다. 그렇게 몇 고비를 넘기다가 일어선 갈대는 꽃을 피우는데 갈대는 가을보다는 겨울에 솜사탕처럼 부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다. 흑설탕을 기계에 돌린다면 한 겨울 우이천에 갈대 같지는 않을지. 막대 끝에 솜사탕 같은 모습으로 우이천을 꽉 채우고 있는 갈대. 쌀쌀맞은 억새와는 달리 갈대는 푸근하다. 갈대꽃을 모아 이불 속에 넣으면 목화솜.. 억새 억새는 제주 새별 오름에서 본 억새가 좋았다. 석양에 비치는 억새는 반짝반짝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첫 사진이 그곳 제주 새별 오름에서 찍은 억새다. 그때는 새별 오름에 억새꽃만 하얗게 펴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요즘은 풀을 자랄 새 없이 깎아서 그런지 둘레길에서는 억새를 보기 힘들다. 우이천을 걷다보면 둑에서 만날 수 있다. 벌초를 하며 일부러 남겨둔 것인지. 사람 손길이 덜 미친 곳에서 생각지 않게 만나는 억새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단풍이 들기 시작할 무렵 산길을 걷다 보면 하얗게 핀 억새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새별 오름을 오르듯 찾아가야만 한다. 가을을 타는 걸까. 억새꽃이 하얗게 필 무렵엔 논밭이 텅 비는데 지금도 억새를 보면 허허롭다. 억새꽃이 휘청대는 모습은 늘 쓸쓸하다. 장미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장미가 참 예쁘게 피기 시작한다. 겨울을 털고 일어난 봄은 눈이 부시도록 환상적이다. 가슴이 벅차오르게 한다. 10월 중순이 지난 지금은 열매가 익어간다. 그 때문인지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바람 속에서도 농익은 냄새가 난다. 이 가을엔 장미 열매를 볼 수 있다. 잔디밭 옆에서 피는 장미가 꽃잎이 지기 시작하면 그 가지를 미련 없이 잘랐다. 그래야 꽃이 실하게 피면서 오랫동안 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쁜 장미들을 종류 별로 모아 본다. 골목길이나 화단이나 길가에 제일 많이 피는 것은 단연 장미꽃이다. 그 때문인지 사진이 참 많다. 그냥 쿡쿡 찍어놓은 장미 사진은 평범한 모습이지만 저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르면서 장미 잎 모양도 다르다. 사람 얼굴처럼 저마다 개성이 있다. 장미꽃에 대.. 고추잠자리 고추잠자리 고추잠자리를 가장 잡기 쉬울 때는 이른 아침이다. 책가방을 메고 논두렁길을 따라 학교를 갈 때면 논에 가득 찬 볏 잎 위에 앉은 잠자리들은 아침이슬에 날개가 푹 젖어 있었다. 죽은 듯이 앉아있는 잠자리 날개 위에서는 송글송글 맺힌 이슬이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끝이 뾰족한 잎이라면 잠자리가 다 앉아있었던 것 같다. 손만 뻗으면 다 잡을 수 있었다. 뛰어가지 않으면 지각을 할 수 밖에 없는 빠듯한 시간 때문에 보고도 잡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날지 않는 잠자리는 학교를 신경 쓸 만큼 별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고추잠자리, 된장잠자리가 공중에서 무리를 지어 뿌옇게 날아다니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다 서늘해진 몸을 데우며 느긋하게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마음만 먹으..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