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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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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스타 페어리스타 꽃이 이젠 축 늘어졌다. 서리가 내려도 꿋꿋하게 피어있던 페어리스타가 이번 강추위에 꽃을 문채 무너졌다. 꼿꼿해서 볼 때마다 힘이 되는 꽃이 다부졌는데. 꽃을 보기 위한 화초라기보다는 거목에 꽃이 피는 느낌? 페어리스타가 그렇다. 페어리스타는 잎이 꽃을 받쳐주는 느낌이다. 소용돌이치며 위로 솟는 푸른 잎 위에 올라앉아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느낌이랄까. 누에고치를 뚫고 나와 날개가 마르길 기다리는 나비 같은 꽃이 페어리스타 꽃이다. 보고 있으면 금방 날아갈 것 같다. 내가 페어리스타 꽃을 좋아하는 것처럼 사람 마음은 비슷한 것 인지 화분에서 피는 꽃 중에 많은 꽃이 페어리스타다. 종종 가게 앞에서는 ‘어서 오세요.’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발길을 멈춘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는 꽃 도둑이 조심스럽다.
나무수국 꽃이 없는 겨울 누렇게 마른 꽃이 꽃같이 예뻐 사진을 찍게 되었다. 한여름에 피는 나무수국 꽃은 시원하다. 뭉실뭉실하게 탐스런 꽃을 자세히 보면 작은 꽃송이를 하나하나 모아 예쁜 끈으로 묶어 만든 결혼식 날 부케 같다. 오며가며 본 나무수국이 강추위로 누렇게 바랬다.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마른 꽃이 색은 바랬어도 모양은 그대로다. 그 모습이 불속으로 뛰어드는 한 여름날 불나방을 닮아있다. 불속에 뛰어들어 수 없는 나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메마른 꽃을 보며 푸른빛이 감도는 하얀 나무수국 꽃을 떠올린다. 크고 실한 나무에 무성한 나뭇잎 덕분일까. 마른 꽃잎은 봄이 되고 여름이 될 때까지 푸른 잎 속에 숨어있다 흰 꽃이 피기 시작하면 불속으로 뛰어들듯 사라진다.
회양목 회양목은 단단해서 그런지 도장을 만들기에 좋은 나무라고 한다. 회양목이 오래되면 나무 가지가 소나무처럼 뒤틀리기도 할까. 주변에 회양목이 많기는 하지만 오래된 나무를 본 적은 없다. 이제 삼십년이 된 아파트단지 화단 울타리는 작은 회양목이다. 아파트 화단 양지바른 곳에서는 회양목 꽃이 매화보다 일찍 핀다. 새콤달콤한 매화향기와는 다르게 회양목 향기는 짙으면서 달다. 회양목이 많아 동시에 피면 주변을 꽉 채우는 향기가 행운목 꽃향기와 닮았다. 회양목의 그 단맛과 향기에 꿀벌이 모여든다. 한 여름 녹음 짙은 숲속 같은 회양목에 초봄에 여린 새싹 같은 연두색 꽃이 피면 그 회양목 꽃에는 꽃만큼 벌들이 앉아있다. 회양목 꽃을 몰랐을 때는 달콤한 향기에 꽃을 찾다가 화단 울타리인 회양목에 꽃이 핀 것을 보고는 그..
유카 유카를 처음 본 건 아파트단지 화단에서다. 꽃 사진을 찍으면서 어느 댁에서 분갈이를 하느라 잠깐 심어놓으신 건 줄 알았다. 겨울에도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푸른 유카를 보며 신기했다. 얼면 푹 삶아놓은 것 같은 알로애 같은 선인장 종류는 아니었다. 찍을 것이 없는 겨울, 햇살에 반짝거리는 잎을 찍었는데 여름에는 꽃도 폈다. 그 모양새에 종모양의 하얀 꽃이 어색했었다. 사계절 소나무처럼 푸른 잎은 여전히 신기하다. 관심을 갖게 되며 애쓰고 이름을 찾을 때는 찾지 못했던 이름도 알게 됐다. 알아진 꽃이라 눈에 띄었던지 약초 농장에도 있었다. 넓은 약초 농장에 기활 좋게 자리 잡고 있는 유카. 약초이기도 한 것인지. 화단에 있던 유카와는 달리 하늘로 솟구친다. 약초농장에서는 꽃도 달라 보였다. 그 잎에 그 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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