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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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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쟁이 냉이를 뜯을 무렵, 그때부터일 것이다. 엄마의 나물 주머니에는 냉이보다 여린 쑥보다 많이 소리쟁이가 담겨있곤 한다. 새끼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쑥과 함께 굵직굵직한 시금치보다 더 크고 다부진, 칼로 도려냈을 소리쟁이 싹이 푸짐하다. 엄마는 그러셨다. “맛이 새콤하긴 해도 된장국 끓여 먹으면 시금치 국처럼 먹을만 하다.” 국을 좋아하는 우리 집에서는 안성맞춤. 그렇게 우리 집에 봄은 엄마의 소리쟁이 나물로 시작을 한다. 다부진 소리쟁이를 씻어 멸치다시물에 된장을 푼 솥에 소리쟁이를 넣어 끓이면 푸짐하다. 여린 쑥으로는 쑥개떡을 만들고 소리쟁이 된장국을 먹는 날은 쾌변을 볼 수 있었다. 나른한 봄날 쑥개떡과 소리쟁이 국으로 산뜻했다. 소리쟁이국은 엄마 말씀처럼 새큰한, 바로 끓여내도 나물이 쉴 때 나는 그 ..
돌단풍 제 이름처럼 방학사거리에는 돌틈에 돌단풍이 참 예쁘게도 폈다.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정겨운 시골풍경이다. 그곳에는 돌단풍 꽃이 하얗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화분에서 자주 보게 되는 돌단풍 꽃이다. 꽃이 예뻐 화분 차지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상추,쑥갓처럼 먹거리로 심었을까. 도시 한복판에서 돌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작은 인공 연못 주변에는 시냇물이 흘러가던 옛날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정겨운 풍경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이 과거를 먹고 살아서 그런 것인지. 사람은 변해도 사람 마음이 닿는 곳은 같은 것인지. 익숙했던 풍경에 마음자리가 여유롭다. 나무와 풀과 꽃과 흐르는 물. 물가 돌틈에서 피고 있던 돌단풍 꽃이 그냥 그대로 참 좋은. 그랬다. 도심 한복판에 시냇물이 흐르던 시골..
붉은병꽃나무꽃 아파트 담자에서 처음 본 붉은병꽃나무 꽃은 파란 잎 사이에 늘어진 붉은 꽃이 정말 제 이름처럼 옛날 도자기 물병? 술병을 닮아 있다. 아파트 담장이나 정원에서 피는 붉은병꽃나무는 멀리서도 눈에 띈다. 붉은병꽃나무가 집 주변에서 자주 눈에 뛰는 걸 보면 정원수로도 좋은 나무다. 푸른 잎 사이로 늘어지듯 피는 붉은 꽃이 푸른 잎까지 꽃처럼 보이게 한다. 꽃과 잎이 서로를 받쳐주는 것 같은 모습이다. 함께 있어 더 예쁜 꽃이라는 생각을 한다. 북한산 둘레길 나무 그늘 밑에서 본 삼색병꽃나무꽃이 보호하고 싶은 서울 아이 같다면 아파트 담장에서 울타리처럼 피던 붉은병꽃나무꽃은 들꽃을 꺾고 있는 시골 아이처럼 다부지다. 꽃말이 궁금해 찾아보니 ‘전설’. 늘어진 병 모양의 꽃에서 손자들에게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옛이야..
삼색병꽃나무 북한산 둘레길에서 본 삼색 병꽃나무다. 어쩌다 산책하는 곳에 병꽃나무가 여러 종류가 있나 싶었는데 한 나무에서 시기에 따라 꽃 색깔이 달랐던 것이다. 꽃봉오리를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쉽다. 붉은 병꽃나무 사진과 섞여 있는 사진을 기억을 더듬어 골라 냈다. 한 나무에 희게 핀 꽃이 질 때가 되면 붉게 변하는 삼색 병꽃나무. 나무가 우거진 북한산 둘레길에 나무 그늘밑에서 참 환하게 폈던 삼색 병꽃나무꽃이 신기했다. 푸른 산에 희고 붉은 꽃이 들꽃과는 다른 사람이 가꾼 꽃처럼 환하고 여렸다. 향기는 기억에 없다. 우거진 나무밑, 사람이 오가는 등산길에 핀 꽃이 야생화와는 달리 여리면서도 귀한, 고급스러워 이 꽃이 왜 여기있을까 싶게 의아했던 꽃이 삼색 병꽃나무꽃이다. 오히려 아파트 단지에서 붉게 피던 붉은 병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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