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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밭작물로는 제일 먼저 따먹는 콩이 완두콩이 아닐까 싶다. 연둣빛 꽃이 폈나싶더니 봄이 끝나기도 전에 꼬투리가 맺혔다. 책갈피에 눌러놓았던 나뭇잎 같던 꼬투리가 부풀어 오르더니. 찰수수만 하던 푸른 구슬이 메주콩 만해지더니 얼굴을 내밀었다. 그 때문인지 난전에는 벌써 완두콩을 투명비닐에 담아놓고 팔고 계셨다. 완두콩 따서 꼬투리를 일일이 까서 가져나오셨을 할머니가 짠하다.
능소화1 묵은 가지에서 나는 새싹도 예쁘지만 꽃송이가 다 떨어지고 난 가을 화려했던 꽃과는 달리 그러데이션으로 노랗게 물드는 단풍도 좋다. 진홍색 꽃잎 속에 꽃술이 금반지 위에 장식처럼 또 꽃이 핀 것 같다. 종이 공 같은 꽃송이가 툭 터진 진홍색 능소화에는 개미들이 분주하다. 벌들은 깊은 꽃 속을 날아든다. 능소화 꽃가루는 곤충 눈엔 괜찮은 걸까. 햇볕을 등지고 핀 능소화는 아침햇살에 맑고 투명해서 다른 꽃만 같다. 마분지 같던 능소화가 햇빛을 받으면 창호지처럼 얇아지는 기분이 든다.
대추나무 대추나무에 가시는 길고 뾰족해서 생인손을 앓을 때 떼어냈다. 콧김을 쏘인 가시 끝으로 곯은 자리를 찔러 고름을 짜내곤 했다. 6월 대추 꽃이 폈다지고 나면 파란대추가 맺히고 붉게 익어 간다. 대추가 붉게 익기시작하면 추석이었다. 대추를 털어 차례를 지냈다. 장대로 두드려 맞으면서 대추를 떨구고 된서리를 맞으면서 잎이 진다. 앙상한 대추나무에 흰 눈이 쌓이면 말려두었던 대추로 차를 끓이곤 한다.
접시꽃2 처음 꽃을 찍을 때는 꽃술만 보고 찍었었다. 접시꽃을 그냥 볼 때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꽃술이 얼마나 예쁘던지. 벌처럼 파고들었다. 장난감을 사 달라 땡강 부리는 아이모습 같았다. 사진을 찍은 시기를 접시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꽃술만 찍다 꽃잎이 보이더니 이젠 전체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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