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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가 봉선화란 걸 나중에 알았다. 내겐 손톱에 꽃물을 들이던 그 봉숭아가 더 친숙하다.
거름자리 옆에 있던 꽃밭에 봉숭아꽃이 피기 시작하면 엄마는 꽃을 따고 피마자 잎을 따셨다.
장마 지기 전 꽃잎을 따서 새들새들하게 말리시면서 무명실을 감기 좋을 만큼 끊어 놓으셨다.
댓돌에서 둥근 돌로 백반을 넣은 봉숭아를 빻아 피마자 잎으로 싸서 무명실로 묶어 주셨다.
밤새 욱신욱신하는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잠을 설쳤다. 새벽닭이 울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손가락에 더 잘든 봉숭아물을 보며 실망했었다. 물들인 것도 잊을 때쯤 손톱이 예뻐졌다.
어느 해 잘라낸 봉숭아 곁가지를 주워 물들인 적이 있었는데 옛날 꽃물보다 잘 들어 놀랐다.
봉숭아 꽃물은 봉숭아 잎물 이었을까. 꽃물이 김치 국물이라면 잎물은 고추장 빛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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