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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곤충앨범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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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꽃 사진을 찍다 반가워서 찍은 곤충들을 모아 여름방학숙제를 하듯. 곤충채집통에 잡아두었던 곤충들을 이젠 알콜 주사를 놓고 핀으로 찔러 하얀 마분지에 고정해 방학숙제를 냈던 것처럼 바삭 거리는 곤충들을 벽에 걸 듯 걸어보려 한다.

그때는 방학 때면 더 들로 산으로 나가 뛰어놀았다. 곤충들과 다를 것 없이 나무를 오르내리면서 날기도 하고 기기도 했었다. 매미, 잠자리, 나비, 사마귀와 별반 다를 것 없이 그렇게 하루가 짧게 놀았었다.

그 추억을 조금이라도 이 곤충채집통에 담아둘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꽃도 아니고 열매도 아닌 것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내게 온 선물 같은 곤충들도 꽃과 열매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듯 세상구경을 시켜보려고 하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제일 먼저 잡았던 옛날 내가 그랬듯 첫 시작은 매미다. 게으른 매미라면 굳이 잠자리채가 필요 없이 손으로도 잡을 수 있었다. 엄지 검지 사이에서 부르르 부르르 날개 짓을 하던 그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핀을 꽂기 전에 오래 보관하려고 알콜 주사를 놓듯 내 사진 속에 박힌 매미도 오래 오래 잘 떠다니길 바란다. 나만 혼자 보는 박제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전시관에 그 매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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