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수염풀 (2) 썸네일형 리스트형 털수염풀꽃 털수염풀꽃 그때는 털수염풀꽃을 보고도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는 둘레길에 핀 꽃을 보며 털수염풀꽃이구나 했다. 밤송이처럼 곤두선 줄기 끝에 거친 가루가 붙은 듯 핀 꽃이 얼마나 반가운지. 털수염풀꽃 꽃말을 알고 싶어 찾아보다가 산길에 곱게 빚어 놓은 긴 머리카락 같은 털수염풀을 화분이나 화단에서 키우는 것을 보며 산길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달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북한산 둘레길에는 하늘을 찌를듯한 커다란 참나무 밑에 털수염풀이 나무 밑을 빈틈없이 덮고 있다. 비탈진 곳에 축축 늘어진 털수염풀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바쁠 때는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쓰다듬거나 여유가 있을 때는 세 갈래로 나눠 길게 따주곤 한다.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녀서 그랬을까. 그때는 매끈한 털수염풀이 참 많았다. .. 털수염풀 이름을 알고 나니 옛날 인물도에 나오는 긴 수염이다. 단풍이 든 듯 누렇게 변해가는 털수염풀을 보니 더욱더 그 인물도의 수염이다. 긴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따 내리듯 털수염풀을 손가락빗으로 슥슥 빗어 따기 놀이를 하며 나무 밑에 앉아서 놀았다. 산길을 걷다가 보이는 털수염풀은 전부 땄던 것 같다. 장난에 발동이 걸리는 날은 털수염풀을 사람 발이 걸리기 좋게 묶어 놓았다. 아이들이 자주 가는 뒷동산이나 학교를 가는 길에 털수염풀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뒤가 구려 살피며 걷고는 했다. 털수염풀이 탐스럽게 많았던 곳은 개미집이 있었다. 벌보다 겁났던 불개미가 털수염풀 사이를 바글바글 오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털수염풀이 이렇게 거칠었을까. 손가락빗으로 빗으니 까끌까끌, 손가락에 상처가 날 것..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