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복숭아꽃 봄이 제일 먼저 시작됐던 곳은 동네 앞에 있던 우리 집 복숭아밭이었다. 앙상한 가지에 꽃분홍색 꽃이 피면 온 동네가 환했다. 복숭아꽃이 폈다지고 나면 구슬만한 복숭아가 맺혔는데 신문지로 만들어 두었던 봉지로 싸기 시작했다. 복숭아밭은 종이봉투로 가득 찼다. 복숭아나무에 푸른 잎 사이로 편지 같은 종이가 비를 맞고 햇빛에 바래 누렇게 변해가면 종이봉투 안에 복숭아가 얼비쳤다.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는. 없는 것 같지만 있는. 자라는 모습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듯 커가는 풋 복숭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골목길이 반들반들 얼어 엉거주춤하게 걷는 요즘. 눈길에 넘어지기라도 할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때문인지 봄에는 흡족하지 않던 복숭아꽃을 보며 마음까지 환해진다. 봄은 마음에서.. 이전 1 다음